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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애널리스트] 수소차의 역설과 대체 연료의 부상, 애널리스트들은 무엇을 말하는가?

자동차

by 오트 트랜드 2026. 3. 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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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지금, 한때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렸던 수소차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2022년을 정점으로 글로벌 수소차 시장이 3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는 동안, e-fuel(합성연료)과 바이오연료 같은 대체 연료 시장은 오히려 급성장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역설적인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그리고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목표 앞에서, 수소와 대체 연료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수소차 시장,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다

 

SNE리서치가 발표한 '2025년 1월 Global FCEV Monthly Tracker'는 충격적인 수치를 담고 있었다. 2024년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1.6% 역성장했고, 2025년 상반기에는 27.2% 감소세가 더욱 심화됐다. 2022년을 정점으로 2023년 20.7% 역성장에 이어 3년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장기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Research Nester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차 시장 규모는 2025년 27.7억 달러에서 2037년에는 2,28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 43.7%라는 경이로운 수치다. 어떻게 이런 괴리가 발생한 걸까?

 

현대차와 도요타라는 두 거인이 지배하는 수소차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택지의 부재"였다. 현대차는 2018년 출시한 넥쏘로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7년간 큰 변화 없이 단일 모델에만 의존하면서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누적됐다. 국내 수소승용차 등록대수는 2022년 1만 104대에서 2024년 2,603대로 약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충전 인프라 부족과 높은 연료비용(가솔린 대비 마일당 2~3배)도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현대차는 2025년 4월, 7년 만의 완전 변경 모델인 '디 올 뉴 넥쏘'를 공개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2.5세대 연료전지와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을 탑재해 최고 출력 150kW를 달성했고, 5분 충전으로 7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시장 전략의 전환이다. 승용차 중심에서 상용차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일치된 전망과도 맞아떨어진다. 한국자동차연구원 등 글로벌 주요 시장 조사기관들은 수소 상용차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56.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3년 86억 달러(약 11조 8,000억 원)였던 시장이 2030년에는 389억 달러(약 53조 5,000억 원)까지 커진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2~3년 후 수소상용차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하고, 2030년에는 100만 대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거리 운송, 높은 적재 중량, 빠른 충전이 필요한 버스와 트럭 시장에서 수소의 장점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2024년 전주공장의 수소버스 연간 생산능력을 500대에서 3,100대로 대폭 늘렸다. 환경부도 2025년 수소버스 2,000대, 수소승용차 1만 1,000대에 구매보조금을 지원하며 상용차 중심의 보급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충남도는 2030년까지 도내 경유버스 1,200대를 수소버스로 전환하고 수소충전소도 67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승용차 시장에서는 침체를 겪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은 상용차 중심으로 꾸준히 판매량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중국이 처음으로 수소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e-fuel, 내연기관의 미래를 다시 쓰다

 

수소차가 고전하는 사이, 합성연료 시장은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성장하고 있다. Bloomberg 업계 추정에 따르면 5년 전만 해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던 e-fuel 시장이 2030년까지 약 500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fuel(전기 기반 연료)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만드는 연료다. e-가솔린, e-디젤, e-항공유 등 기존 화석연료와 거의 동일한 특성을 가지면서도,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포집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무엇보다 기존 내연기관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좌초자산"이 될 뻔했던 수십조 원의 기반시설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규정에서 e-fuel을 사용하는 차량에는 예외를 인정했다. 독일의 강력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포르쉐는 2035년 이후 e-fuel을 차세대 자동차 연료로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고, 아우디와 BMW도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e-fuel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현재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현재 e-fuel 가격은 리터당 5,000~1만 원 수준으로, 일반 휘발유의 2~4배에 달한다. e-fuel 생산업체 HIF 글로벌은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면 리터당 2달러(약 2,600원) 미만도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에너지 효율성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현존 기술로 100km 주행을 위한 e-fuel을 제조할 때 필요한 전력 소비량이 전기차의 7배, 수소전기차의 3배 이상이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소로 전환하고, 다시 이를 액체 연료로 합성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e-fuel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동화가 어려운 항공과 선박 분야에서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EU는 2025년부터 모든 항공유에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2%를 의무적으로 혼합하도록 규정했고, 이 비율을 2030년 6%, 2050년 70%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2024년 1월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e-fuel 등 친환경 석유대체연료의 생산과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합성연료 생산업체 인피니엄에 투자했고, 울산에서 e-fuel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OIL 등 국내 4대 정유사들도 e-fuel 연구회에 참여하며 향후 생산·판매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fuel 보급 활성화를 위해 수송부문 탄소중립연료 워킹그룹을 구성해 단계별 연료·대상차종 선정, 혼합비율 및 배출가스 측면의 엔진 적용성 검증, 연료 성능 표준 수립 등 세부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23년 1월 산업부는 2030년 e-fuel 가격을 kg당 3,000원(리터당 약 4,000원)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e-fuel 연구회의 전망(2030년 0.98~1.75유로, 약 1,400~2,500원)보다 다소 보수적인 수치다.

 

바이오연료와 SAF, 가장 빠르게 현실화되는 대안

 

실제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체 연료는 바이오연료다. Coherent Market Insights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연료 시장 규모는 2025년 268.57억 달러에서 2032년 497.29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 9.20%로, e-fuel보다 현실성 있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오연료가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정책적 지원이 일찍부터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세계 바이오연료 수요는 미국, 유럽, 브라질 등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전년 대비 6% 증가한 약 1,600억 리터 수준이었고, 2027년에는 1,900억 리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분야는 항공용 바이오연료, 즉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다. Global Growth Insights의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 기반 SAF 시장은 2025년 7억 3,300만 달러에서 2033년 71억 3,800만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33.6%에 달한다.

 

SAF의 성장 동력은 명확하다. 항공 산업은 전동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운송 부문의 11~12%를 차지하는 만큼 규제 압박이 강하다. EU는 2025년부터 SAF 2% 혼합을 의무화하고, 2050년까지 이를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도 2030년까지 기존 제트 연료의 5%를 SAF로 대체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SAF는 폐식용유, 바이오매스, 조류 등 재생 가능한 공급원에서 생산되며, 화석 기반 제트 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항공유의 0.2% 수준에 불과하지만, 주요 항공사의 90% 이상이 SAF 채택 목표를 설정했고, 2024년 기준 생산량이 300만 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SAF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3년 9월부터 3개월간 정부(산업부, 국토부)와 대한항공, GS칼텍스, 한국석유관리원이 인천-LA 노선(대한항공 화물기)에 바이오항공유를 급유해 시범 운항을 실시했다. 국토부는 2027년 SAF 의무혼합비율을 1% 내외로 설정해 시범운행 중이며, 정유사의 전용시설 구축 투자 결정을 위해 2035년까지의 중장기 혼합비율 목표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SAF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SAF 비용은 기존 제트 연료보다 30~50% 높고, 공급 원료 확보가 가장 큰 과제다. 채소 오일과 바이오매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1세대 바이오연료처럼 식량 생산과의 경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비식량 원료로부터 생산되는 2세대, 3세대, 4세대 바이오연료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바이오연료포럼이 2025년 5월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2030년 이후 바이오디젤 중장기 보급 로드맵 수립, 안정적 원료유 수급기반 구축, 저가의 해외 수입 바이오디젤에 의한 국내 시장 교란 방지" 등을 현안 과제로 지적했다. 국내 바이오연료 시장의 83%가 바이오디젤을 비롯한 액체 바이오연료인 만큼, 중장기 로드맵을 통한 시장성과 경제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 수소와 대체 연료 양날의 검을 들다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수소와 대체 연료 시장에서 만회를 노리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3월 20일 주주총회에서 수소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키며, 수소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 'HTWO'는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모든 단계에서 최적화된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충주 자원순환 수소 생산시설에서는 바이오가스 생산 및 수소 추출 기술을, 전북 부안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기지에서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수소 (대중화가) 어렵다고 하는데 누군가는 해야 하고, 안 하면 뺏길 수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수소 사업에 임하고 있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현대차는 2030년 수소차 50만 대 대량 양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넥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등 4종의 수소전기차를 양산하고 있다.

정유업계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김철현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장은 "해운과 항공 부문처럼 단기간 내 온실가스 저감이 어려운 분야는 바이오연료와 같은 저탄소 연료의 활용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유업계에서도 바이오항공유와 e-fuel 생산을 위한 업계 공동기술개발 등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CCU 실증 R&D(탄소순환형 정유제품 생산을 위한 CCU 통합공정 기술개발, 2022~2025년)를 통해 정유 공정에서 발생하는 CO2를 포집·활용해 항공유 등의 석유제품을 개발·생산하고, 품질기준 개발 등의 상용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기업들이 수소와 대체 연료를 배타적인 선택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포트폴리오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를 모두 개발하며 "소비자 수요에 기반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유사들도 기존 화석연료, 바이오연료, e-fuel을 동시에 다루며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전환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결론: 단일 해답은 없다, 다만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종합하면 한 가지 명확한 결론이 나온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만능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승용차는 전기차가, 장거리 상용차는 수소차가, 항공과 선박은 SAF와 e-fuel이 각각 최적의 솔루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소차는 단기적으로는 침체를 겪고 있지만, 상용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2030년 이후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충전 인프라 확충과 생산비 절감이 관건이다. e-fuel은 경제성과 에너지 효율성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지만,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35년 이후 내연기관의 생명을 연장하는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 바이오연료와 SAF는 가장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으며, 특히 항공 산업의 탈탄소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은 이 모든 옵션에 투자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는 지금, 수소와 대체 연료는 한국 자동차·에너지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까지 남은 시간은 25년. 그리 길지 않은 이 시간 동안 어떤 기술이 주류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단일 기술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옵션을 열어두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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