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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애널리스트] 자율주행 레벨4의 현실: 드디어 도로 위에 선 기술,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자동차

by 오트 트랜드 2026. 6. 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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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은 오랫동안 '곧 온다'는 말로만 존재했다. 2016년, 2020년, 2023년, 그리고 또 내년.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들이 약속한 상용화 시점은 해마다 미뤄졌고, 그 과정에서 수십 개의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자금을 소진하고 문을 닫았다. 그런데 2025년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레벨4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로 도로 위에서 돈을 받고 승객을 실어 나르고, 운전석이 비어 있는 대형 화물트럭이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현실에 부딪히면서 새로운 질문들이 생겨나고 있다.

 

웨이모가 증명한 것

자율주행 레벨4 상용화의 기준점을 먼저 세운 것은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Waymo)다. 2018년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첫 상업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웨이모는 2025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다른 차원으로 도약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완료한 유료 운행 횟수는 1,400만 건을 넘어섰고, 2026년 3월 기준으로는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LA, 오스틴, 애틀란타, 마이애미, 댈러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올랜도 등 미국 10개 도시에서 주당 50만 건 이상의 유료 라이드를 처리하고 있다. 공개도로 자율 주행 누적 거리는 2억 마일을 돌파했다.

 

숫자만이 아니다. 수익도 실체가 생겼다. 2024년 연간 약 1억 2,500만 달러였던 웨이모의 연환산 매출은 2025년 말 2억 8,400만 달러로 성장했고, 2026년 2월에는 3억 5,500만 달러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1년 사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웨이모는 현재 평균 요금을 건당 15~17달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우버·리프트 대비 약 15% 저렴한 가격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레벨4 자율주행이 더 이상 이론이 아님을 웨이모는 수익 데이터로 증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알파벳이 웨이모 신규 투자 라운드를 주도하며 기업 가치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2024년 10월의 기업 가치 450억 달러와 비교하면 1년 만에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투자자들이 이 숫자에 베팅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웨이모가 아직도 돈을 쓰고 있지만, 곡선이 처음으로 진짜 상업화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야망과 현실 사이

테슬라는 2025년 6월 22일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일론 머스크가 수년째 약속해온 그 날이 마침내 왔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다만 현실은 선언보다 조용했다. 초기 서비스는 모델 Y를 기반으로 운영됐고, 안전 요원이 조수석에 탑승한 감독형(Supervised) 방식이었다. 12월 기준 오스틴에서 실제 운행 중인 차량은 31대 수준에 그쳤고, 이는 같은 도시에서 이미 대규모 운행 중인 웨이모 차량 수와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다. 같은 기간 NHTSA(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보고된 사고 건수는 7건이었다.

 

테슬라의 접근법 자체가 웨이모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웨이모는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하드웨어 중심 설계에 특정 지역의 정밀 지도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반면 테슬라는 카메라만을 사용하는 비전 기반 시스템과 신경망 학습으로 범용 자율주행을 구현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지도 의존도를 낮춰 어디서나 작동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도인데, 이 방식의 강점은 확장성에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엣지 케이스 처리 능력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2025년 말 테슬라는 내부 검증 목적의 무감독 주행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일반 승객 대상의 완전 자율 서비스 출시 일정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머스크가 약속한 일정은 늘 현실보다 앞서 있었다. 2025년 말까지 오스틴 500대, 베이 에어리어 1,000대 이상을 운영하겠다는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다. 기술의 방향성은 맞지만, 속도는 머스크의 선언보다 느리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화물트럭에서 먼저 실현된 레벨4

승객 로보택시와 별개로 레벨4가 상업적으로 가장 빠르게 안착하고 있는 분야는 장거리 화물 운송이다. 오로라 이노베이션(Aurora Innovation)은 2025년 5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개도로 위에서 무인 화물트럭 상업 운행을 공식 개시했다. 우버 프레이트, 허슈바흐 모터라인스와 함께 달라스-휴스턴 구간에서 정기 운행을 시작한 것이다. 10월에는 포트워스-엘패소 노선까지 확장했고, 2025년 3분기 기준 무사고로 10만 마일 이상을 주행했다. 온타임 배송 달성률도 100%를 기록했다.

 

화물 자율주행이 승객 로보택시보다 먼저 확장 궤도에 오른 데는 이유가 있다. 고속도로 장거리 구간은 도심 복잡 환경보다 변수가 적고 예측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은 트럭 운전 기사 수급난이 만성적인 산업 과제로, 자율주행 트럭의 경제적 가치가 명확하게 계산된다. 오로라는 2026년 중반까지 차세대 하드웨어 키트를 도입해 하드웨어 비용을 50% 이상 절감하고, 자체 퍼스트라이트 라이다의 탐지 거리를 1,000미터로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2026년 말까지 운행 트럭 수를 200대로 늘려 약 8,000만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팽창과 예상치 못한 제동

자율주행 레벨4의 또 다른 전선은 중국이다. 바이두의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Apollo Go)'는 수십 개 도시에 걸쳐 운행 중이며, 중국 전체 자율주행 누적 운행 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내 자율주행 누적 운행 거리 1위 업체의 수치가 바이두의 220분의 1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격차가 크다.

 

그러나 2026년 3월, 우한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벌어졌다. 아폴로 고 로보택시 100대 이상이 시내 도로에서 일제히 멈춰서는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현지 경찰은 시스템 결함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사건 이후 중국 공업정보화부를 포함한 복수 부처가 지방정부 관계자를 불러 전면 자체 점검과 안전 모니터링 강화를 요구했고, 신규 차량 추가, 새로운 도시 진출, 신규 시범사업 착수까지 사실상 허가가 중단된 상태다. 가장 공격적으로 팽창하던 시장에서 규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는 자율주행이 스케일업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결함 하나가 수백 대의 차량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한국의 현실: 규제가 만든 격차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도시 전체를 실증 구역으로 지정하는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 계획과 함께 임시운행허가 제도 개선, 원본 영상 데이터의 연구개발 활용 허용 등 그간 발목을 잡던 규제 완화에 나섰다. 방향은 맞다. 문제는 속도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은 SAE 기준 레벨3 수준으로 평가받는 반면, 미국과 중국은 이미 레벨4 상업 운행을 하고 있다.

 

더 구체적인 위협도 생겼다. 중국의 포니AI(Pony.ai)가 국내 기업과 손잡고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것이다. 포니AI는 지난해 말 국내 임시운행 허가를 취득하고 7월 차량 공개를 예고하고 있다. 해외 선두 업체들이 국내 규제가 풀리는 타이밍에 맞춰 선제 진입을 노리는 구도다. 국내에서 기술 스타트업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규제로 인해 실증이 막히니 핵심 기술보다 당장 돈이 되는 공장 내 자율주행 같은 제한된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레벨4 자율주행 원천기술 확보보다 SDV라는 더 넓은 소프트웨어 전략을 강조하고 있고,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 연결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이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빠른 실증 환경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레벨4의 한계, 솔직하게 보자

레벨4 자율주행이 현실에 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현실이 어디까지인지는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현재 상용화된 레벨4 시스템은 모두 특정 운행설계영역(ODD, Operational Design Domain) 내에서만 작동한다. 웨이모는 지도가 정밀하게 구축된 특정 도시의 특정 지역에서만 운행하고, 기상 조건이 악화되면 운행을 중단한다. 폭설이 내리는 상황이나 공사 구간 등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의 대응 능력은 아직 인간 운전자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텔레메트리가 레벨4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 중인 21개 기업을 평가한 결과, 웨이모가 87.9점(100점 만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그 이외의 업체들과는 점수 차이가 상당하다. 더 주목할 사실은 기술 난이도와 자본 요구가 워낙 높다 보니 수많은 스타트업과 레거시 완성차 업체, 부품사들이 레벨4 개발에서 이미 손을 뗐다는 점이다. GM의 크루즈는 대규모 사고 이후 로보택시 사업을 사실상 접었고, 포드와 폭스바겐이 공동 투자한 아르고 AI도 폐업했다. 살아남은 플레이어가 줄어들수록 웨이모처럼 오래 버텨온 기업의 독점 가능성은 높아진다.

 

 

남은 과제들

레벨4 자율주행이 진짜 대중 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으려면 넘어야 할 관문이 아직 여럿 남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이다. 웨이모의 마일당 운행 비용은 1.98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테슬라 추산치인 0.81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규모가 커지면 비용이 내려가겠지만, 지금 당장 수익 구조가 탄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번째는 규제 생태계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데이터 소유권은 누구의 것인지, 보험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각국의 법제도는 아직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는 신뢰다. 우한의 아폴로 고 장애처럼 대규모 장애가 한 번 발생하면 대중의 신뢰는 급격히 흔들린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상용화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방향 자체는 분명하다.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이 현실이 됐다는 사실은 이제 되돌릴 수 없다. 웨이모는 매주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운전자 없이 실어 나르고 있고, 화물트럭은 운전석이 비어 있는 채로 텍사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문제는 이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넓은 지역으로 퍼질 수 있느냐다. 그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이제 기술만이 아니라 비용 구조, 규제 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신뢰다.

 

'드디어 왔다'는 흥분도, '아직 멀었다'는 냉소도 반씩만 맞다. 레벨4 자율주행의 현실은, 시작은 됐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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